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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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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일굴 만한 흙이 있다면 발코니 재배상자에서라도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있다. 나같이 벌레가 싫어 일상에 적극적으로 자연을 들이지 않는 사람도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파도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불면에 시달리면 자연을 향한 본능적 애정으로 두리번거리다 창 밖을 한참 바라본다. 영화 ‘인테스텔라’에서 블랙홀로 빠져 시공간에 갇힌 주인공의 딸 책장 뒤처럼 상상속에서만 그리던, 존재하지만 갈 수 없는 곳에 나는 와 있다. 그런 설레임 속에서 도심 속 강의 상류를 바라보았다. 아침마다 친숙하게 마주할 수 있는 햇빛처럼 그 자리에 그렇게 있었겠지만 나에겐 예술가가 그려놓은 새로운 세상 속 풍경이었다. 무엇이든 꿈꿀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행복한 것이지..
어쩌고 저쩌고 태풍 걱정 연일 제 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한다는 뉴스가 나온다. 일본을 거처 온 이놈은 가고시마현에 제법 피해를 준 모양이다. 큰 거실 창문이 앞뒤로 덜렁거리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 이런 소식을 들으면 집을 둘러보게 된다. 그리고 가족들, 지인들의 안부가 걱정된다. 문이라도 단단히 잠그고 있으라고 말해주고 싶고 출근은 무슨, 안전이 최우선이지 하며 말리고 싶어지고 당연히 나오라는 회사에 같이 욕 해주고 싶다. 가까워진 태풍 탓인지 온도가 4~5도 낮아지고 강한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그리 덥지 않다. 태풍이 다가온다는 뉴스를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이런 날에는 어디를 가나 사람이 많지 않다. 식당도 카페도, 나의 공간들도. 나는 아주 당당하게 태풍을 핑계로 반바지에 긴팔티를 입고 슬리퍼를 끌고 출근했다.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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